갈등 끝판왕, 소통

최근들어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대화’라는 말 보다는 수평적 관계 지향적이며 비언어적 표현까지도 포괄하는 ‘소통’이라는 말이 더욱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갈등의 시작도, 해결과정도, 그리고 끝도 결국은 소통입니다. 소통은 상대방의 이해와 감정을 이해하는 적극적 경청에서 시작하여, 개인이나 집단간의 차이를 고려한 소통방식(학습/조정, 이성/감성) 선택, 그리고 질문(Questioning), 요약(Summarizing), 바꾸어 말하기(Paraphrasing), 인식전환(Reframing) 등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몇가지 원칙들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첫째, 적극적 경청(Proactive Listening)을 위해서는 개인의 호불호나 잘잘못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상대방의 의도와 관심(Interest)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감정과 태도 그리고 느낌을 존중해야 합니다. (Understand their interests & Respect their emotions) 이해(Interest)와 존중(Emotion)이 기반이 되는 이러한 적극적 경청은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소통의 방식이나 내용을 조정할 수 있는 지혜를 줍니다.

둘째, 말은 내가 말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한 것이 내가 한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듣는 속도가 말하는 속도보다 3~4배 빨라서, 청자는 들으면서 화자의 표정이나 태도, 몸짓 등 비언어적인 요소에 집중을 하고 중요한 것만 듣게 됨으로써 정보의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언어적 요소는 소통의 단 7% 밖에 되지 않고 목소리(38%), 표정(30%), 태도(20%), 몸짓(5%) 등이 더욱 중요한 소통의 요소임을 이해하고 비언어적 요소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합니다.

셋째, 상대방이나 상대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소통의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맥락사회(Low Context Society)의 특성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과 대화할 때는 사실에 기반하여 이성을 자극하여 설득하는 ‘학습’의 과정이 소통을 통한 이해와 갈등해결에 매우 유용하다. 반대로 고맥락사회(High Context Society)의 특성을 가진 개인이나 집관과 대화할 때는 감성과 관계를 이해하고 학습보다는 조정을 통한 갈등해결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넷째, 주장(!)보다는 질문(?)을 통해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참여와 주도를 이끌어 내며, 나아가 학습과 조정의 과정까지도 질문을 통해서 원활해집니다. 질문을 할 때는 호기심과 깊은 공감이 기본이 되며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어야 풍부하고 흥미로운 질문으로 소통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동화적 가정, 역할 설정 등을 통해서 흥미를 유발하여 상대방의 적극성을 자극하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경계나 가정을 없애야 합니다.

다섯째, 핵심 요약하기, 바꾸어 말하기, 인식전환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상대방의 메시지를  명확히하며 상호 신뢰감을 증진해야 합니다. 핵심을 요약할 때는 상대방의 언어로 중요한 정보를 리뷰하고, 메시지를 명확히하며,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기는 상대방이 말한 내용과 감정을 동일한 의미를 가진 내 언어로 바꾸어 말하는 것입니다. 인식전환 질문들은 당사자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인식을 확산시키거나, 과거 중심에서 미래 중심으로 논의를 전환시키거나, 판단 중심에서 관찰이나 문제해결 중심으로 긍정적 인식전환을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주장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기울여 듣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질문하기 보다는 내 주장에 부합하는 다른 사람의 주장을 포스팅합니다. 내 주장과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비대면성으로 인해 쉽게 공격을 가합니다. 온라인 상에서의 이러한 상황은 특정 사안에 대해 갈등을 첨예하고 빠르게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내에서 대화, 협의, 협력의 소통과정을 찾아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세대간, 소득계층간 양극화로 대표되는 상황은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소통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습니다. 갈등해결의 출발점은 이해관계자가 서로 마주 앉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소통하는 것입니다. 적극적 경청, 상황과 대상에 따른 소통의 형태 선택, 질문과 적극적 소통기법의 활용을 통해 이해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협의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대화로 시작된 갈등, 협의를 통해서 풀어야 합니다. 협의를 통해서 서로 윈윈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로켓맨과 람보는 각자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지 대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 조병묵 CD(CreDucer)

 

 

 

 

 

 

 

소수의 결정에 의한 갈등, 다수의 합의로 풀어야 한다!

근대적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은 국민이 투표를 통해 대통령, 국회의원 등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대표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의를 하고 실행을 하는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 Indirect Democracy)이다.  대의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정부는 공식적 제도를 독점하고 합법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과 통치의 기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 이후 인터넷이 가져 온 연결은 분산화되어 있던 개인들의 정치 참여의 범위와 빈도를 확대시켰다. 또한 이러한 연결을 기반으로 개인들은 행정부나 입법부가 자신들을 대신하여 결정하는 개별 사안들에 대해 조직화된 시민단체와 더불어 손쉽게 집단적인 저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슈퍼커넥터와 연결된 대중, 그리고 비교적 동질화된 집단인 ‘친구의 친구’와 의견을 공유하는 약한 연결이 실시간으로 그리고 무한대로 활성화되어 정책 결정이나 입법 활동에 대해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생체인증 등 개인 식별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보급 등 연결 기술의 보편화로 전자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 등 직접 민주주의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 정치참여 증가와 정치 세력화는 동일 집단내에서는 의견을 공유하고 세력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이해집단간 또는 이해집단과 행정부와는 숙의(Careful Consideration)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동질 집단내에서의 적극적인 의견 교류는 주장이 강화되는 현상을 가져오고, 상대 이해관계 집단과는 서로의 주장만을 반복함으로써 극단적인 충돌을 야기하게 된다. 이는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의 감소를 가져올 수 밖에 없어 국가적으로도 유뮤형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이해집단간의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은 이해집단간의 합의보다는 물리적 실력행사나 행정소송, 행정심판 등 극단적 문제해결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 지고 있다. 이해 당사자간에 문제해결의 절차와 결과를 모두 결정하는 ‘협상’이나 제 3자에게 문제해결의 절차를 위임하고 결과는 이해 당사자간에 통제하는 ‘조정’, 그리고 제 3자에게 문제해결의 절차와 결과를 모두 위임하는 ‘중재’등 전통적 문제해결 방식은 개인의 직접적 참여보다는 이해집단의 대표자들만이 문제해결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정부나 기업도 갈등관리 과정에서 권력에 기반한 일방향 통치보다는 능력에 기반한 다방향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 이해집단과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에 기반한 참여적 문제해결을 통해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만 정책저항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배가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적 문제해결 과정과 능력, 제도와 절차 그리고 문제해결 기구를 일컫어 협력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라고 한다. 협력 거버넌스는 갑을 거래관계에 기반한 기업보다는 정부 차원에서의 갈등관리에 더욱 효용성을 가지고 발전되어 왔으며, 대한민국 정부에는 공공기관 갈등관리 및 예방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존재한다.

협력 거버넌스는 이해관계자 집단을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정량적조사, 좌담회 등 과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숙의의 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숙의의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되면, 추후 실행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집단들의 사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실행력을 담보받을 수 있다.  또한 추가적인 문제 발생시에도 참여형 문제해결 경험 및 기구를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협력 거버넌스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들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여론수렴 및 합의과정에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참여적 문제해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이해관계자 집단에 대한 법적, 제도적 참여 보장, 그리고 실질적 참여를 통한 이해집단간 쌍방향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다른 조건들과 함께 경제적 보상이 병행되면 효과는 커질 수 있다.   넷째, 협력의 과정은 상호 학습과 조정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합의에 도달할 수있는 기회가 생긴다.

협력 거버넌스는 참여적 문제해결 과정으로 주로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에 대한 이해집단들의 저항을 합의로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 선진국들에서 시행되어 왔으며, 우리 나라도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위원회에서 과학적인 형태의 협력 거버넌스가 시행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 속에서 참여를 통해 학습과 조정을 겪으면서 합의에 이르는 과정.   소수의 결정에 의해 초래되었던 갈등, 이제 다수의 합의로 풀어야 한다.

– 조병묵 CD(CreDucer)